마음이 부서진 날, 금자를 만났다: 회복의 조각들에 대하여

Close-up of a person holding a donate box, encouraging charity and support.

그날도 별다를 건 없었어요. 알람은 울렸고, 커피는 식어 있었고, 내 마음은 무겁고 흐릿했죠.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침대에 오래 누워 있었던 날들. 다들 그런 시간 한 번쯤 있잖아요. 아무것도 망하지 않았는데 다 망한 것 같고, 모든 게 괜찮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괜찮지 않은 그런 시기.

그 시절, 나는 스스로를 조용히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잘 지내고 있는 척했지만, 사실은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죠. 그렇게 지쳐 있을 때, 우연히 ‘금자’라는 이름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자원봉사 단체쯤으로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랑 상관없는 세계.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름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한 번만, 딱 한 번만 가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그곳에 들어섰을 때

문을 열었을 때의 냄새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약간은 따뜻하고, 약간은 오래된 나무 냄새.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고, 익숙하지 않은 활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죠. 나는 모서리에 서 있었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편안했어요.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처음 오셨어요?” 그 한마디에 몸이 조금 풀렸고, “네”라는 짧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아무 일도 아닌 대화였는데, 그 한마디가 그날 하루를 버티게 했습니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믿었던 마음이, 아주 조심스럽게 틀렸다는 걸 알게 해준 순간이었어요.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 내가 맡은 일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상자를 옮기고, 물건을 나르고, 명단을 체크하는 정도. 솔직히 말하자면 재미는 없었어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웠습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아마도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필요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날 이후,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그곳을 찾았습니다.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거기 가야 내 마음이 조금 덜 무거워졌기 때문이었죠. 사람들과 웃기도 하고, 때론 아무 말 없이 같은 공간에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자 삶이 아주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

금자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를 품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왔고, 누군가는 삶의 방향을 다시 찾기 위해 왔고, 또 누군가는 그냥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 왔죠. 다들 다르게 시작했지만,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함께”라는 이름 아래에서요.

그들과의 대화는 내 생각을 조금씩 바꿨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나처럼 무너졌던 사람, 무너지는 걸 두려워하던 사람, 그리고 이미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 사람. 그 모두가 있었고,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습니다. 눈빛만으로도요.

도움을 주는 건 결국 자신을 돕는 일

처음엔 내가 누군가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도움을 받는 쪽은 오히려 나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건넨 음식 상자보다, 내가 받은 미소가 더 컸고, 내가 전한 말보다, 내가 들은 말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고마워요.” “덕분에 오늘 잘 버틸 수 있었어요.”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내가 누군가의 하루에 아주 작은 의미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웃고 있었다

거울을 보니 웃고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웃는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거든요. 웃음이라는 게 노력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내 마음이 회복되고 있었고, 나는 다시 ‘살아간다’는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삶이 완전히 바뀐 건 아닙니다. 여전히 힘든 날도 있고, 지치는 순간도 많아요. 하지만 예전처럼 무너져 내리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내가 기대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공간이 있으니까요.

금자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 작은 친절이 삶을 구한다는 것
  • 도움을 주는 일이 곧 자신을 치유하는 일이라는 것
  •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는 것
  • 희망은 거창한 게 아니라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는 것

이 단순한 진실들을 나는 이곳에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 진실들이 내 삶의 토대를 다시 세워줬습니다.

아직도 서툴지만, 괜찮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피곤해서 쉬고 싶고, 가끔은 다시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금자이니까요.

내가 도움을 주던 그 사람처럼,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죠.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라고.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당신이 지금 지쳐 있다면, 혹은 하루가 너무 무겁다면, 나처럼 한 번쯤 금자의 문을 열어보세요. 완벽한 마음이 아니어도 괜찮고,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됩니다. 그냥 조용히 들어와 앉아 있기만 해도 괜찮아요. 누군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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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일

나는 내일도 금자로 갑니다. 아주 평범한 마음으로요. 하지만 그 평범함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또 누군가의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내일을 만들어갑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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